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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 풀깎기] 일은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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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이 고추밭에 있는 풀을 깎았다. 삼촌은 주말에 우리 집에 놀러 오셨다. 오골계 백숙을 먹고 술도 마셨다. 간만에 여유를 가졌다.

 

오후가 되자 외삼촌은 고추밭을 살폈다. 삼촌은 예초기를 만지기 시작했다. 내가 물었다.

 

 

"외삼촌 뭐하시려고요?"

 

"풀 깎아야겠다."

 

"에이~ 날씨도 덥고 제가 내일 할게요~"

 

"금방 해."

 

나는 내키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보니 29도였다. 내가 다음 날 아침에 하면 된다. 모처럼 삼촌과 술도 마시고 놀고 싶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삼촌이 하는 것도 불편했다.

 

삼촌은 땀을 뻘뻘 흘리며 먼지와 잘려 나간 풀 가루를 뒤집어쓰셨다. 2시간이 지나자 풀을 다 깎으셨다.

 

삼촌은 등목을 하신다고 했다. 나는 지하수를 틀었다. 삼촌의 넓은 등에 차가운 물을 사정없이 뿌렸다. 그 차가운 물이 시원하다고 하셨다. 모기가 삼촌의 날개뼈 위쪽에 5방이나 물었다. 벌겋게 부어 있었다.

 

삼촌은 다 씻고 맥주를 마셨다. 나도 옆에서 거들었다. 삼촌은 말씀하셨다.

 

"일이란 때가 있는 거야. 농사는 한 번 일을 놓치면 걷잡을 수 없어. 일도 많아지고 네가 그리는 농사는 되질 않아. 미리 하는 건 괜찮아."

 

"삼촌은 더운 날 일할 때, 옷에서 땀이 물처럼 뚝뚝 떨어졌어. 그 정도로 더워도 할 건 해야 해. 오늘 같은 날씨는 바람도 불고 일할만 해."

 

외삼촌은 어릴 때부터 농사일이나 바깥일에 경험이 많았다. 정비업을 한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래서 현장 일에 강하다. 

 

외삼촌 말을 듣고 부끄러웠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만 하다가 농사를 시작한 지 3년이 됐다. 아직도 일이 서툴다. 나는 시원할 때 일하고 더울 땐 일하지 않았다. 그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일이 밀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농사가 잘 될 리가 없었다.

 

삼촌이 가고 곰곰이 생각했다. 삼촌 말이 무조건 옳은가? 기성세대와 젊은이들이 겪는 갈등과 닮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 일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다고 미래가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없다. 바꿔 말하면 적당히 일해도 먹고 산다.

 

그렇다고 삼촌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가 꿈꾸는 농부의 삶은 바꾸지 않기로 했다. 시원할 때 일하고 더울 땐 쉬자. 다만 더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1 시간 일찍 일어나 일하기로 했다. 조금 더운 건 참고 30분이라도 더 일하기로 했다.

 

내가 그리는 농부의 삶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타협했다. 삼촌은 경험을 몸으로 보여주셨고 말로 가르쳐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 배웠다. 나는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내가 꿈꾸는 농부가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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