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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아직 이른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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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부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시행한다. 밭에 잘 썩은 퇴비를 넣어야 농사가 잘 된다. 이제부터 좋은 퇴비를 만든다고 하니 반가웠다. 이 법을 만드는 이유는 냄새와 수질오염 때문이다. 나도 해마다 농협에서 퇴비를 사서 쓴다. 퇴비는 복불복이다. 어떤 해는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퇴비가 잘 썩으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반대로 부숙이 잘 되지 않으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온 동네가 거름 냄새로 진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물 오염도 사실이다. 어머니와 봄나물을 캐러 한적한 곳으로 간 적이 있다. 그곳엔 작은 축사가 있었다. 그 앞에 작은 도랑이 있었다. 도랑은 더러웠다. 돌에 이끼가 가득했다. 해서 질 좋은 거름을 만들고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이 법은 만든다고 한다. 취지가 좋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현실은 달랐다.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1. 모른다

어르신들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대부분 모르신다. 기관에서 홍보하고 있지만 현실이 그렇다. 작년 칼럼을 보면 44%가 모른다. 그리고 어디서 검사를 하는지 어떻게 시료를 채취하는지 약 80%가 모른다.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사실 농촌 어르신들은 복잡한 거 딱 질색하신다. 이렇게 넋 놓고 있다가 50~2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2. 고가 장비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를 하려면 장비가 필요하다. 우선 똥오줌을 퍼 나르는 장비가 필요하다. 한대에 4,000~5,000만 원이라고 한다. 또 거름은 잘 섞어줘야 한다. 내가 알기로 포클레인이나 트랙터로 섞는다. 워낙 똥오줌이 많으니까 삽으로 하기엔 무리일 것이다. 포클레인, 트랙터는 또 얼마나 비쌀까? 그리고 나이 드신 분들이 이 작업을 해낼지도 의문이다.

 

가장 큰 타격은 소를 키우시는 분들이다. 한우 농가 대다수가 영세농이다. 규모가 작다. 그런 분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저런 고가 장비를 사겠는가. 그럴 돈과 힘이 있었으면 소를 많이 키우셨을 것이다.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졸지에 백수가 된다. 가뜩이나 농촌 빈곤이 심각한데 준비가 안된 상태로 법을 밀어붙이는 게 옳은 것인가?

 

 

 

3. 퇴비사도 부족

퇴비사는 거름을 쌓아두는 곳이다. 창고라고 보면 된다. 퇴비사도 돈이다. 게다가 땅이 부족하면 더 문제다. 퇴비사 때문에 땅을 사야 하나? 기왕이면 축사 옆에 있어야 작업하기 편할 것이다. 공간이 없으면 큰일이다. 땅까지 사야 하나? 우리나라 땅값 장난 아닌데? 아 이 정도만 써도 벌써 가슴이 답답하다. 그래도 이 정도는 받아들일만하다. 현실은 항상 이랬으니까. 더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있다.

 

4. 분석처 부족

퇴비 부숙도를 검사할 분석처가 부족하다. 이 정도 준비도 없이 시행을 한단 말인가? 농민이 준비 안된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기관이 준비가 안됐다고? 칼럼을 보니까 사람 장비 다 부족해 보인다. 이 법이 시행되면 사람들이 몰려 검사를 받을 텐데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5. 시간이 필요해

시간이 필요하다. 농민도 기관도 마찬가지다. 대체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무슨 생각일까?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나? 최근 칼럼을 보니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도 동감한다. 서서히 바꿔야지 갑자기 일을 벌이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어르신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 드러난 문제점도 보완해야 한다. 기관도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마치며

지금까지 퇴비 부숙도 의무화가 이른 이유를 살펴봤다. 어떤 제도를 만들 때 이상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상만큼 현실도 중요하다. 이상만 생각하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일단 지르고 보완해가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약자가 다친다. 어르신들이 피해가 없도록 충분한 시간과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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