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줍은 농부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비건 식품이 뜬다는 칼럼을 봤습니다. 비건이 뭔지도 몰랐어요. 뜻을 요약하면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네요. 고기는 아예 먹지 않는 거예요. 요즘 백인 중산층 사이에서 유행이래요. 제가 농부라 남일 같지 않았어요. 저는 고기를 덜 먹자는 것은 공감합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독이라고 생각해요.
지나치면 독이다
약도 과하면 독이고 독도 잘 쓰면 약이 되죠. 채식으로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칼럼에 나와 있듯이 부자나 가능한 이야기예요. 풀로만 영양을 채우려면 다양한 야채를 먹어야 해요. 음식을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벌써 답이 나왔죠? 돈과 시간이 많아야 가능하단 이야기예요.
채식주의자였다가 건강을 위해 다시 고기를 먹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 한 아주머니가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하셨는데요. 몸이 아파서 병원을 갑니다. 의사는 아주머니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했어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풀만 먹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
아줌마는 궁금해서 아침마다 삶은 고기를 3점씩 먹기 시작해요. 결과는? 건강해지셨어요. 창백했던 얼굴도 혈색이 돌아오셨고요. 저도 농부라 몸을 쓰는 일이 많아요. 풀만 먹고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기분 탓인지 배는 고프지 않아도 힘이 안 나요.
축산업의 비효율
자연농법을 주장하신 후쿠오카 마사노부 작가님 책을 보면요. 축산업이 비효율이라고 비판하세요. 축산업을 하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공장에선 사료를 만들어야죠. 아니면 해외에서 사료용 옥수수가 큰 배를 타고 옵니다. 그뿐인가요. 사람이 밥 주고 똥 치우고 할 일이 산더미죠.
그러면 고기를 먹어서 돌아오는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요? 들어간 에너지에 비해서 닭 50%, 돼지 20%, 우유 15%, 소 8%라고 합니다. 돼지고기 위주로 먹으면 지금 인구의 3배 정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곡물이라면 60배까지 살 수 있습니다.
환경 파괴
지난봄에 어머니랑 산나물 캐러 동네 이곳저곳을 다녔어요. 그러다 한 골짜기에 들어갔는데요. 집이 한 채도 없었어요. 산 중턱에 자그마한 축사 하나 있었죠. 그 앞에 작은 도랑이 있었는데요. 물이 얼마나 더러웠는지 몰라요. 돌에는 이끼가 가득하고요. 축사 하나 있을 뿐인데 말이죠. 또 냄새는 어떻고요. 자연의 냄새? 아무리 농부라도 코를 막게 됩니다.
식욕의 시대
여행 많이 가시죠?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음식이죠. 여행 가서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죠. 여행은 그렇다 치고요. 그러면 평소는 어때요? 오늘 점심 뭐 먹지? 온통 먹을 생각이에요. 점심도 맛있는 걸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거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먹는 것도 모자라 이젠 남이 먹는 걸 봐요. 먹방의 시대죠. 티브이를 켜도 먹방. 유튜브도 먹방이 대세죠. 대부분의 컨탠츠가 먹방이에요. 먹을수록 갈증이 심해져요. 식욕. 말 그대로 욕망이죠. 욕망은 더 많이 더 자극적인 걸 원하게 되어 있습니다.
잠시 떨어져서 이 상황을 지켜보면 이상해요. 왜 이렇게 식욕에 집착할까요?
누가 이득을 볼까?
파는 사람들이겠죠. 제가 드라마 덕후인데요. 드라마를 보면 저녁엔 꼭 치맥을 먹어요. 예외가 없어요. 눈만 돌리면 먹는 광고에 노출이 돼요. 자연스럽게 뇌는 무뎌지죠. 식욕을 절제하는 마음이 약해져요.
그러면 식욕은 내가 원하는 것인가? 나에게 좋은 것인가? 내가 원하는 건 맞는 거 같아요. 맛있는 걸 먹고 싶으니까요. 먹을 때 쾌락을 느끼니까요.
그런데 나에게 좋은 거 같지는 않아요. 먹을 땐 좋은데 먹고 나면 별로예요. 일단 졸려요. 책도 보고 운동도 하고 일도 하고 싶은데 졸려요.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죠.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나와 지구를 지키자
나를 위해서 욕망을 다스려야 해요. 저도 잘 안돼요. 고기 좋아하고요. 야식도 먹고 싶어요. 그래도 노력을 해야죠. 저를 위해서요. 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요. 내가 아니면 누가 날 지켜주겠어요.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겠죠.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야 해요. 책도 좋고 음악도 좋아요. 운동도 좋고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간단하게 밥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요. 집중도 잘 되죠. 육식을 줄이고 소식을 해야죠. 고기를 먹더라도 건강하게 먹어야죠. 밥반찬으로 조금만 먹을 수도 있고요. 기왕이면 삶아서 먹기도 하고요.
게다가 이 행동이 하나뿐인 우리 지구를 지키잖아요. 아무리 '헬조선~ 사회가 썩었네~' 해도 우주에 지구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어요. 누가 이 아름다운 행성을 돌보겠어요. 우리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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