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 압력밥솥 crp-g1030mp를 구매한 이유

 

 

쿠쿠 압력밥솥 crp-g1030mp를 샀다. 가스레인지에 올려서 쓰는 압력밥솥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나는 짠돌이다. 어머니는 더 짠순이다. 나의 짠돌이 기질은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나는 짠돌이 기질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에게 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상관없기 때문이다. 전기밥솥은 진작에 망가졌다. 밥은 안되고 보온 기능만 됐다. 해서 압력밥솥으로 밥을 짓고 망가진 전기 압력밥솥은 보온으로 사용했다. 

 

 

 

망가진 압력밥솥

문제는 압력밥솥이 망가졌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어머니는 2만 원짜리 작은 압력 밥솥을 사자고 하셨다. 솔깃했지만 너무 궁색해 보였다. 나는 저렴한 전기 압력밥솥을 사서 편하게 살자고 했다. 가스레인지에 올려서 쓰는 압력밥솥은 불편하고 위험하다.

 

압력 밥솥은 밥을 짓는 동안 지키고 서있어야 한다. 밥이 다 되면 전기 압력밥솥에 옮겨야 한다. 설거지도 불편하다. 나는 끈질기게 어머니를 설득했다. 어머니는 그러면 저렴한 걸 사자고 다시 한번 강조하셨다. 나는 결연한 눈빛으로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보온 기능만 가능했던 전기압력밥솥

전기 압력밥솥을 사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글과 영상을 찾았다. 핵심은 밥솥이 비싸다고 밥이 맛있는 건 아니다. 밥맛은 쌀과 조리법이다. 실험을 했다. 저렴한 제품부터 비싼 제품까지 같은 쌀과 조리법으로 밥을 지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밥맛을 구분하지 못했다. 밥솥이 비싼 이유는 디자인, 기능, 소재, 브랜드 때문이다. 

 

 

우리 집은 차는 굴러가면 되고 집은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 밥솥은 밥만 잘되면 된다. 답은 명료해졌다. 가성비 좋은 제품을 사기로 했다. 밥만 되는 2만 원짜리 밥솥도 있다. 하지만 이건 압력밥솥이 아니기 때문에 제외했다. 그래도 압력밥솥이 찰기는 더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택한 제품이 쿠쿠 압력밥솥 crp-g1030mp다.

 

 

 

가격은 택배비 포함 93,000원에 샀다. 6인분과 10인분 제품이 있다. 우리 집은 10인분을 선택했다. 가끔 우리 집에 손님이 놀러 올 때를 대비해서다. 15만 원짜리 제품도 눈에 들어왔지만 어머니는 강하게 반대하셨다.

 

이번엔 나도 어머니를 설득할 수 없었다. 무조건 10만 원 아래로 고르라는 엄명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품이 도착했다. 3일이나 걸렸다. 배송이 오래 걸린 게 흠이다. 나는 G마켓에서 샀다. 그래도 밥만 잘되면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기로 했다.

 

 

 

어머니와 내가 이 제품을 사게 된 이유는 싸고 집에 쓰던 제품과 닮았기 때문이다. 전에 쓰던 밥솥과 거의 비슷하다. 내 생각에 전에 쓰던 밥솥의 다음 모델 같다. 망가진 밥솥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고 하자. 나는 너를 완전히 버린 건 아니란다. 너의 후배를 데리고 왔을 뿐이야.(웃음)

 

 

 

 

아무래도 세 제품이라 깔끔하다. 기본 그 자체.

 

 

 

박스 안에 주걱과 계량컵도 있다. 설명서엔 반드시 계량컵으로 측정해서 밥을 지으라고 한다. 어머니가 저걸 사용할까? 바로 버리실 것 같다. 설명서를 읽으면서 느꼈다. 밥솥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밥맛이 없다면 우리 잘못이라는 거다. 쌀이 문제가 있거나 조리 방법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밥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어떻게 보면 오만해 보인다. 그래도 이런 자부심이 묘하게 안심이 된다. 

 

 

 

사용 설명서다. 꼼꼼히 읽다가 포기했다. 이걸 다 지키면서 사용하라고? 숨이 막힌다. 모든 신경을 밥솥에 쏟아부어야 하나? 자신 없다. 하지만 날 잡고 설명서대로 밥솥 청소를 도전할 것이다. 그때 밥솥 청소 박사가 되겠다. 훗!

 

 

 

밥이 되면 왼쪽 아래 보온에 불이 들어온다. 저렴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이 있다. 보온, 백미, 백미쾌속, 현미잡곡, 만능찜, 영양죽. 이걸 다 사용하지도 않을 텐데 바가지 썼나? 근데 이거 누룽지 기능이 없는 거 같다. 다시 한번 설명서를 봐야겠다. 전기 압력밥솥의 꽃은 누룽지 기능인데...

 

 

밥 잘 된다. 어머니 말씀을 따르길 잘했다. 이번엔 청소도 잘하고 좀 소중히 다뤄서 오래 사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