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누구에게든 동일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모습으로 오지는 않는다.
중국에서 사고가 난 환자 이야기가 나온다. 환자를 한국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비싼 해외 비행기를 빌려야 했다. 가족들은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돈도 의지도 있었다. 교수님은 복 받은 환자라고 말했다. 모든 환자가 부자가 아니다. 모든 환자가 가족의 지지를 받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죽음이란 누구에게든 동일하지만' 여기에 방점을 찍고 싶다. 모두 다른 인생이다. 하지만 죽음 앞에선 비슷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상이 불평등하다고 생각될 때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밑바닥 수준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하루에도 수십 명이 죽어나가는데, 정작 그 사실은 이슈가 되지 못했다.
중증 외상센터의 현실이 세월호와 다를게 없다. 살릴 수 있는 환자가 길바닥에서 서늘하게 죽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만든 이 빌어먹을 시스템 때문이다. 다른 분야라고 다를까?
한반도에서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의 균형이 어떻게 이루어져서 일상의 평온이 유지되는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희생을 치르며 이 같은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가 오늘도 평온할 수 있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 덕분이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 자신은 없다. 하지만 가끔 숨을 고르고 멈춰서 이분들을 느끼며 살고 싶다. 나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모든 내부 문제는 암과 같아서 초기에는 드러나지 않고, 구성원들은 그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시스템이 완전히 곪아 복구가 불가능할 때가 되어서야 깨닫게 된다
주진형 선생님이 부동산 문제를 얘기한 게 생각난다. 그때 높은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 해결할지 물었다. 선생님은 더 썩어야 바뀐다고 했다. 아직 아니라고 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중증 외상센터도 문제가 심각해져야 바뀔 것 같다. 지금도 심각한데 얼마나 더 썩어야 할까? 일선에 계신 교수님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교수님은 아무 희망이 없다. 절망을 넘어 문제가 피부로 느껴져야 바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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