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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에 좋은 음식과 운동 솔직한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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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줍은 농부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파킨슨병을 앓고 계십니다. 병에 걸리신 지 7년이 넘었습니다. 현재 아버지는 요양원에 계십니다. 처음 5년 동안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병시중을 들었습니다. 파킨슨병에 좋다는 음식도 먹어보고요. 운동도 여러 가지 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환자에게 맞는 방법을 쓰셔야 합니다. '당연한 거 아냐?'라고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이야기를 늦게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은 저 같은 실수를 하지 마시길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제 글이 정답은 아닙니다. 저희 가족이 겪은 경험담입니다. 비판적으로 읽으시길 바랍니다. 할 말이 많아 글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줄여보겠습니다. 

 

 

파킨슨병에 좋은 음식

대한 파킨슨병 학회에서 출판한 책을 보면 아직까지 파킨슨병에 좋은 음식은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모릅니다. 아직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수술이나 치료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증상을 완화하거나 느리게 할 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에서 관리해야 합니다. 뻔한 말이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합니다. 파킨슨병 환자 대부분은 변비가 있습니다. 과일, 채소, 통곡물을 먹으면 변비에 도움이 됩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좋습니다. 또한 물을 자주 마셔야 합니다. 아버지는 소변을 자주 보러 가는 게 싫어서 물을 꺼렸습니다. 아무래도 소변 기능도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물을 마시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시간이 갈수록 약은 늘어나고 독해집니다. 활동이 줄어들고 병이 들면 몸에 독소도 쌓이겠죠. 물이라도 충분히 마셔줘야 독소 배출이 됩니다. 물 마시는 거 가지고도 아버지와 갈등이 많았습니다. 마시기 싫어하는 아버지와 권하는 저의 줄다리기는 매일 반복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평소 술을 즐기셨는데요. 확진을 받으시고 3년쯤 지났을 때부터 술 한잔만 마셔도 힘들어하셨습니다. 숨이 가쁘고 몸이 굳는 증상이 있었어요. 말려봤지만 잊을만하면 술 한잔 마셨다가 사달이 났습니다. 119를 찾을 정도로 힘들어지자 아버지는 술을 끊으셨습니다. 술은 모든 사람에게 나쁘지만 특히 파킨슨병 환자에게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아버지가 특이한 건 냉면, 막국수를 먹으면 가스가 차서 고생을 하셨습니다.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50% 이상은 힘들어하셨어요. 처음엔 밀가루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라면, 만두, 국수,빵은 괜찮았습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라 원인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맞지 않는 음식은 먹지 않았습니다.

 

다행인 건 웬만한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드십니다. 가릴 음식도 딱히 없는 병이라 다행이기도 하고요. 아픈데 먹는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하잖아요?

 

 

아버지는 초기 치매도 있으신데요. 치매 탓인지 파킨슨병 탓인지 식욕 절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갑자기 빵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안쓰러운 마음에 원하는 만큼 사드렸죠. 문제는 너무 많이 먹습니다. 다른 음식도 비슷하고요. 배가 부른데 계속 먹고 싶다고 하셨어요.

 

이 병은 다스리는 병입니다. 마음을 고요히 해야 합니다. 아주 작은 소란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립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욕망에 집착합니다. 이성이 사라지죠. 폭식을 하고 감정 조절도 힘듭니다. 그래서 예민한 아이를 다루듯이 환자를 대해야 합니다. 자극이 될 만한 말이나 태도를 조심해야 합니다.

 

 

파킨슨 병에 좋은 운동

환자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에게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보호자는 환자를 도와주는 사람일 뿐입니다. '운동 알려달랬더니 무슨 소리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운동은 정말 할 말이 많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운동은 꼭 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운동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운동을 불신하셨습니다. 운동한다고 나아질 병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버지가 원한 건 수술과 더 강한 약이었습니다. 환장할 노릇이었죠.

 

아버지는 살면서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60 평생을 그렇게 사셨으니 운동을 하기 쉽지 않으셨습니다. 솔직히 건강한 사람도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 드물잖아요? 환자는 어떻겠어요. 더 강한 의지가 필요하잖아요. 아프면 의지가 약해지는데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던 거죠.

 

 

아버지는 약 기운이 떨어지면 나무처럼 몸이 굳습니다. 꼼짝없이 몇 시간을 누워서 있다가 약을 먹으면 다시 몸을 움직이죠. 그렇다고 강한 약을 먹거나 자주 먹을 순 없습니다. 환청, 환시, 이상 증세 등 부작용이 있거든요.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약은 강해지고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한 그 시간을 늦추는 거죠.

 

아버지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못 했던 걸 하기 시작합니다. 편하게 누워서 티브이를 보셨고요. 잠을 잤습니다. 친구도 만나고 음식도 먹고요. 운동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데 어머니와 저는 그걸 견디지 못했습니다. 몸이 나아지면 운동을 해야지 왜 누워 있고 잠만 자냐고요.

 

잔소리는 신경질로 변했습니다. 아버지도 참다 참다 화를 내셨죠. 그렇게 5년을 줄다리기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십니다. 매일 싸우고 몸은 아프니 세상이 싫어졌던 거죠. 제초제를 마시고 세상을 떠나려고 하셨습니다. 다행히 바로 병원에 가서 지금까지 잘 지내십니다. 그 후로 어머니와 저는 절대 아버지에게 운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조심스럽게 권하긴 해도 아버지 표정이 나빠지시면 더이상 말을 하지 않습니다.

 

 

 

현재 아버지는 전보다 밝아지셨습니다. 농담도 잘하시고 병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습니다. 전엔 병 자체를 부정하셨어요. 받아들이시질 못하더라고요. 다른 병이라고 우기기도 하시고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원망하기도 하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셨어요.

 

이만하면 살만하다고 더 아픈 사람도 있다고 여유를 부리시기도 합니다. 마음이 편해지신 게 얼굴과 말에 드러납니다. 운동을 억지로 강요할 때 보다 지금의 아버지가 훨씬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욕심이 납니다. 아버지가 운동을 잠깐 하신 적이 있어요. 한 달 정도요. 그때 효과가 있었거든요.

 

제가 했던 방법은 유튜브에 파킨슨병 운동을 검색해서 나오는 체조를 했습니다. 대학 병원에서 촬영한 건데요. 그걸 한 달 하시니까 약도 더 오래가고 생기가 넘치셨어요. 결국 하지 않으셨지만요. 그리고 집 앞을 자주 걸어 다녔습니다. 걷기가 좋다고 해서 했는데 이건 효과를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분 전환용으로 좋습니다. 가끔 아버지가 나와서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파킨슨병 환자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는데요. 거기 보면 다양한 방법으로 건강 관리를 하십니다. 인상적인 분이 있었는데요. 헬스로 건강을 관리하시더라고요. 아버지랑 비슷한 시기에 확진을 받으셨는데 아버지보다 훨씬 건강하십니다. 약도 거의 드시지 않고요.이분은 헬스가 본인에게 맞으셨던 거예요. 아버지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게 더 좋았던 거고요. 누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른 거겠죠.

 

또 어떤 분은 운동은 전혀 하지 않으세요. 다만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데 집중하십니다. 마음을 잔잔한 호수에 비유하시더군요. 파킨슨병 환자는 작은 돌멩이만 날아와도 물결이 호수 전체에 퍼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평정심을 찾는데 애를 쓴다고 하십니다.

 

지금은 아버지에게 어떤 기대도 강요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바라보고 아버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애를 씁니다. 아버지가 운동을 하겠다고 하시면 언제든 도와줄 딱 그만큼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아들이고 지난날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생겨먹을걸요.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갈등도 많았지만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나눴습니다. 아버지는 다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착한 아들이래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부끄럽고 눈물이 흐르던지 지금도 울컥합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파킨슨병에 좋은 음식과 운동에 대해 써봤습니다. 제가 글재주가 부족해 장황하게 말했네요. 그래도 끝까지 읽으신 분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아들으셨겠죠? 맨 처음 말씀드렸지만 제 글이 정답은 아닙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정도로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디 작은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수줍은 농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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