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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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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봤습니다. 예쁜 여배우가 망한 남자를 좋아합니다. 남자는 한때 유망한 감독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했습니다. 지금은 청소 일을 하고 있죠. 그런 남자를 좋아하는 이유가 망했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짜증이 납니다. 제가 들어도 열 받을 거 같네요.(웃음) 남자는 여자에게 화를 내죠.

 

 

 

 

여자는 끝까지 들어보라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여자는 망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답니다. 꼭 성공해야 하는 줄 알았던 거죠. 늘 불안하고 초초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망한 남자를 보고 안심이 됐다고 합니다. 망해도 되는구나. 망해도 사는구나. 망해도 웃는구나. 그래서 위로가 됐다고 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고 가슴이 찡했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저는 공무원 준비를 6년을 했습니다. 열심히 하기도 하고 대충 하기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공무원이 되지 못했죠. 솔직히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와 노량진에서 겜방 죽돌이도 했고요. 술도 마시며 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늘 불안했습니다. 공무원이 되지 못하면 인생 망하는 줄 알았어요. 공무원 공부를 포기하고 '내 인생은 끝났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밥도 잘 먹고 웃고 잠도 잘 오더군요. 큰일 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이 인생의 정답은 아니었어요.

 

 

 

 

농사도 5년 지어봤습니다. 잘됐냐고요? 아니요. 실패했습니다. 크게 돈을 벌지 못했어요. 농사하면 큰돈을 벌며 승승장구할 줄 알았습니다. 열심히 했고요.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저는 밭일이 서툴렀습니다. 고된 노동에 나가떨어졌죠. 머리와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래도 농사를 한 걸 후회 하지 않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마음 편하게 지냈습니다. 농사를 하면 잡생각은 사라지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배웠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결과는 아쉬울 뿐이죠.

 

 

 

 

돌이켜보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한 거 같아요. 지금은 골프장에 알바를 하며 지냅니다. 요즘 마음이 편합니다. 오히려 이런 일이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지금 제 인생을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망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사람이 되지 못했죠. 35살에 장가도 못 가고 좋은 직장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월 200만 원이면 제 한 몸 유지할 수 있고요. 제가 좋아하는 고기도 실컷 먹을 수 있습니다.(웃음) 마냥 행복하진 않지만 살만 합니다. 웃고 떠들고 여행도 다닙니다. 큰일 나지 않더라고요. 다만 세상의 시선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읽고 강연을 보며 단단해지려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해며 불안해하기보다 평범한 오늘은 즐기려 애씁니다. 그런 오늘이 모이면 괜찮은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좀 망해도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큰일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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